건강의학

고혈압은 관리하면 OK? 돌연사 부르는 '치명적 고혈압'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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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 중 가장 치명적

10명 중 7명 후기 단계서야 진단
숨참, 피로감, 다리·전신 부종 땐
심장 초음파 검사 꼭 받아봐야

일반적으로 고혈압이라고 하면 ‘평생관리병’이라고 한다. 이젠 혈압 측정 자체가 보편화돼 조기 진단이 어렵지 않은 데다 제때 약물치료를 시작하면 큰 탈 없이 지낼 수 있다. 하지만 ‘폐동맥고혈압’은 정반대다. 조기 진단이 쉽지 않아서 이미 상당히 진행된 이후에 확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진행 속도도 비교적 빠르다. 환자의 74%가 후기 단계에서 진단되고, 평균수명이 3년 미만이라는 통계도 있다. 흔하진 않지만 젊은 층의 비율도 높고 심부전이나 심장마비로 이어질 정도로 치명적인 질환이다.

폐동맥고혈압은 간단히 말해 심장에서 폐로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인 폐동맥의 혈압이 높아진 것을 말한다. 우리 신체의 혈액순환은 체순환과 폐순환으로 나뉘는데, 폐순환은 심장(좌심실)에서 힘차게 펌핑된 혈액이 대동맥을 타고 각종 장기·기관 등 신체 곳곳을 지난 뒤 정맥을 거쳐 체순환을 마치고 심장(우심실)까지 들어오면 여기에 산소를 공급하고 이산화탄소를 거둬 다시 심장(좌심방)에 공급하는 과정이다. 즉 폐순환은 정맥혈을 다시 동맥혈로 전환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여기에 관여하는 폐 정·동맥을 포함한 폐혈관계의 압력이 높아지는 것을 폐고혈압이라고 하는데, 폐동맥고혈압은 폐고혈압 중에서도 폐동맥에 특발성으로 나타나는 가장 심각한 질환이다.

폐 정·동맥 등 폐혈관계 망가져


심각성이 일반 고혈압과 차원이 다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장기 손상이 빠르다. 기본적으로 혈압이 높으면 혈관이 거쳐가는 장기는 손상되기 마련이다. 또 혈관 압력이 높아짐에 따라 혈관은 두꺼워질 수밖에 없고 차차 망가지게 된다. 근데 폐순환에 관여하는 혈관은 낮은 혈압에 적응돼 있어 민감도가 그만큼 높다. 고려대구로병원 심혈관센터 나진오(순환기내과) 교수는 “(심장에서) 폐 쪽으로 가는 동맥은 혈압이 20~25㎜Hg 밖에 안 돼 체순환 혈압의 5분의 1 정도”라며 “이렇게 약한 압력에 적응된 구조이기 때문에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나빠질 수 있고, 폐 쪽이 많이 망가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뿐 아니라 같은 이유로 폐동맥에 정맥혈을 공급하는 우심실 기능도 손상되고, 결국 심장마비 등 돌연사로 이어질 수 있다.

둘째, 진단이 어렵다. 폐동맥고혈압을 포함해 폐고혈압의 대표적인 증상은 숨참, 피로감, 무기력감, 다리 혹은 전신 부종 등이다. 하지만 이 중 폐동맥고혈압을 특정할 수 있는 증상은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이들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을 때 바로 폐동맥고혈압을 진단받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정도다. 증상이 생긴 후 진단까지 1.5~3년이 걸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인천성모병원 심장혈관센터 김미정(심장혈관내과) 교수는 “폐동맥고혈압 증상들은 모두 심장, 신장, 폐 질환 등 다른 질환의 증상과 겹친다”며 “의사도 증상만으로 폐동맥고혈압을 의심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건강검진서도 발견 쉽지 않아


진단이 어렵고 장기 손상이 치명적인 질환이지만 반대로 조기에 진단만 되면 희망은 있다. 그런데 건강검진에서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방법은 심장 초음파 검사다. 정확한 폐동맥 혈압은 우측 심장에 침습적으로 관을 넣어 직접 압력을 재는 우심도자 검사로 측정할 수 있지만 심장 초음파 검사로도 폐동맥 혈압 추정치를 얻을 수 있다. 따라서 평소와 다르게 숨이 차거나 몸이 붓거나 극심한 피로감을 느낀다면 심장 초음파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나 교수는 “폐동맥고혈압의 대표적인 증상이 생겼다면 심장 초음파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며 “증상이 없더라도 일생에 한 번 정도는 받아볼 것을 권한다. 폐동맥고혈압이 있어도 반드시 증상이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나 교수가 치료한 한 20대 환자는 군 복무 중 구보 시 평소와 다른 숨참 증세로 병원을 찾아 X선 및 심장 초음파 검사로 폐동맥고혈압을 초기에 진단받고 약물치료를 받으며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잘 관리하고 있다.

폐동맥고혈압 역시 다른 질환처럼 일찍 진단받는 만큼 생존율이 확연히 높아진다. 김 교수는 “제대로 된 치료제가 없던 시절에는 5년 생존율이 40%도 채 안 됐었다”며 “하지만 이젠 초기에 발견해 표준화된 약물로 잘 치료하면 5년 생존율이 90% 가까이 된다”고 말했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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